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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국악기 1부 - 국악 현악기

by focus-y 2025. 7. 7.

● 국악 현악기의 본질 

국악의 현악기는 절대음고가 아닌 상대적인 울림과 표현에 초점을 둔다.
음계는 오음계 기반의 **선법(平調·界面調)**을 따르며,
각 음 사이의 간격조차 고정값이 아닌 감성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줄을 튕기거나 마찰하는 방식 모두,
단순히 음을 발생시키기보다 소리의 여운, 흔들림, 울림의 길이를 조절하는 데 집중된다.
때문에 국악 현악기의 연주는 개인의 해석과 감정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르게 표현된다.

 

국악 현악기
가야금

 

● 전통 국악 현악기별 구조 및 특징


1. 가야금 (Gayageum)

  • 현 수: 전통 가야금은 12현 / 개량형은 18~25현
  • 재질: 오동나무 몸체 + 명주실 줄
  • 연주법: 오른손 손가락으로 줄을 뜯거나 튕기고, 왼손으로 줄을 눌러 미세 음정 조절
  • 음색: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여운이 깊음
  • 기법: 농현, 퇴성, 추성, 분성 등 감정 중심 기교
  • 기원: ‘가야금’은 문자 그대로 ‘가야의 거문고(琴)’라는 의미.
    악기의 창시자는 우륵이 아니라, 우륵은 가야의 악기를 가지고 신라로 넘어와 12곡을 정리하고 보급한 인물로 계고, 만덕, 법지 등의 제자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2. 거문고 (Geomungo)

  • 현 수: 6현
  • 재질: 오동나무 또는 밤나무 몸통 + 명주실
  • 연주법: 오른손에 **나무 술대(撥子)**를 들고 줄을 내리치거나 뜯음
  • 음색: 묵직하고 장중한 저음, 리듬 중심 구조
  • 기원: 고구려의 왕산악이 중국 월금을 개량해 만든 것으로 전함

📖 일화
왕산악은 궁에서 만든 거문고를 집으로 가져가 연주했고,
처자식이 배고파할 때 거문고를 연주하자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는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는 상징적 일화다.


3. 아쟁 (Ajaeng)

  • 현 수: 정악용 7현 / 산조용 8현
  • 연주법: 활에 송진을 바르고, 줄을 긁어 마찰음 발생
  • 음색: 탁하고 중후하며, 슬픔과 장중함 표현에 탁월
  • 특징: 산조 아쟁은 몸통이 작고 민첩한 연주에 적합함

아쟁은 현악기 중에서도 마찰음에 가장 충실한 악기로,
그 소리의 깊이와 여운이 극적인 감정 전달에 뛰어나다.


4. 해금 (Haegeum)

  • 현 수: 2현
  • 연주법: 줄 사이에 활을 끼워 마찰
  • 음색: 활과 줄의 마찰에서 나는 ‘깡깡’ 또는 ‘깽깽’ 소리가 특징
  • 특징: 국악기 중 음정 조절 자유도가 가장 높음

‘깡깡이’라는 별명은 금속성 음색 때문이 아니라,
활과 줄이 마찰되며 발생하는 마찰음이 그렇게 들리기 때문이다.
음계 표현의 범위가 넓고, 선율 중심 악기로 창극, 산조, 창작국악 등에서 폭넓게 쓰인다.


5. 향비파 (Hyangbipa)

  • 현 수: 정확히 5현 (※ 4현은 중국 당비파임)
  • 전통 연주법: 거문고처럼 **나무 술대(撥子)**로 줄을 내리쳐 연주
  • 개량 연주법: 창작 국악에선 **손가락에 의조(가짜 손톱)**를 끼고 뜯는 방식 활용
  • 음색: 정갈하고 단단한 품격 있는 음, 궁중 정악에서 사용

향비파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왕실 중심으로 사용된 악기로,
정악에서 고음역을 담당하며 음의 절제미와 품격 있는 소리를 구현한다.


6. 양금 (Yanggeum)

  • 줄 구조: 4줄이 1세트 → 1음 구성
  • 총 줄 수: 4줄 × 14음 = 총 56줄
  • 연주법: 얇은 대나무 채로 쇠줄을 두드려 타격
  • 음색: 쇠줄의 타격 특성상, 맑고 날카로운 금속성 울림
  • 특징: 여운이 짧고 명료하며, 정악 및 창작곡에서 장식적 역할 담당

양금은 서양의 덜시머와 유사하지만,
국악 선법에 맞춰 음계를 조율한 한국 고유의 타현악기로 자리 잡았다.


● 가야금 vs 바이올린 – 음악 철학의 대조 

  가야금 바이올린
줄 수 12현(전통) / 25현(개량) 4현
음계 체계 오음계 기반 선법 12평균율 기반 장·단조
조율 기준 연주자 해석 중심 상대음 고정 기준 A=440Hz
연주 방식 줄을 뜯고 좌수로 눌러 미세 조절 활로 켜고 손가락으로 운지
표현 방식 농현, 추성, 퇴성 등 감정 중심 비브라토, 활 운용 등 기교 중심
 

 

● 국악 현악기란?

국악의 현악기는 단지 ‘소리를 내는 도구’가 아니다.
감정과 시간, 호흡과 여백이 스며든 예술 그 자체다.

가야금의 떨림은 말보다 깊고,
거문고의 저음은 땅의 소리를 닮았으며,
해금의 마찰음은 긴장과 풀림 사이에서 청자의 숨을 멈추게 한다.

이처럼 국악 현악기는 소리로 정서를 풀어내고, 정서로 음악을 완성하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