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소리의 경계
한국의 전통음악, 즉 국악(國樂)은 오랜 세월 동안 ‘소리’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판소리·민요·정가 등은 선율보다 사설의 정서와 창법의 운용을 중심으로 발전하며,
이를 통해 한국인의 감정과 미학이 깊이 있게 표현되어 왔다.
이러한 전통 성악 양식이 현대의 대중음악, 재즈, 록 등과 결합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장르가 바로 성악 중심 퓨전 국악이다.
이 장르는 단순히 민요나 판소리의 선율을 편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자의 시김새·호흡·장단 운용을 기반으로 현대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예술적 실험을 보여준다.
목차
1. 이희문 × 놈놈, 프렐류드 – 〈난봉가〉
〈난봉가〉는 본래 서도소리 계열의 남성잡가로, 황해도·평안도 지역에서 불렸던 대표적인 민요이다. 해학적인 사설과 강한 억양, 말맛이 살아 있는 선율을 특징으로 하며, 반복성과 즉흥성이 잘 드러난다.
이 곡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과 경기소리 기반의 소리꾼 그룹 놈놈(NOMNOM), 그리고 재즈 밴드 프렐류드의 협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하였다. 이들은 서도 민요인 〈난봉가〉를 경기민요 창법과 리듬감, 재즈의 즉흥성, 해체적인 무대 연출과 결합시켜 전통 민요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했다.
창자의 발성은 지역적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확장되며, 민요가 지닌 형식미, 반복성, 구술성을 현대의 리듬 언어로 치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EJIbyHOm_yM&list=RDEJIbyHOm_yM&start_radio=1
2. 이자람 – 〈노인과 바다〉 (창작 판소리극, 2019)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소리꾼 이자람이 직접 번역, 각색, 작창하고 부른 창작 판소리극이다. 1인 다역 구성으로 전통 판소리의 서사성과 말맛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문학의 감정을 정갈한 창법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긴 여백과 침묵의 호흡, 정서의 흐름을 통해 서정성을 끌어올린다. 바다의 정적과 노인의 독백, 생과 죽음의 경계가 음악에 차분히 스며들며, ‘조용한 강함’이라는 미학을 전한다.
이는 전통 창법의 내공과 미니멀리즘적 음악 구성이 만나 이루어낸 대표적인 창작 판소리로, 국내외에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 https://youtu.be/8bMRpeM2HpU?si=CpEJV-JmAQGxjZQS
3. 두번째달 × 김준수 – 〈어사출두〉 (2016)
〈어사출두〉는 판소리 〈춘향가〉의 유명 대목인 ‘어사 출두’ 장면을 바탕으로, 퓨전 연주팀 두번째달과 소리꾼 김준수가 협업해 만든 작품이다.
김준수는 국립창극단 소속의 판소리 전공자로, 진성과 두성의 운용, 절제된 꺾기 기법 등을 통해 판소리의 해학성과 활력을 현대 무대에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기타, 퍼커션, 피아노 등 현대 악기의 화성과 리듬이 전통 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극적 구성과 서정적 표현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퓨전 국악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 https://youtu.be/X-P2w-ukYOI?si=lll1cEp2DW8Ivs4k
4. 김기수 작곡〈북천이 맑다커늘〉
〈북천이 맑다커늘〉은 조선 중기 문인 임제(林悌)의 시조를 바탕으로, 작곡가 김기수(1917–1986)가 현대 정가 형식으로 작곡한 창작 가곡(고가신조)이다.
원시조는 기생 한우와의 이별을 소재로 하며, “북천이 맑다거늘 우장도 아니 입고…”라는 구절은 절제된 언어 속 깊은 정서를 담고 있다.
김기수는 정가의 무장단적 흐름과 음운 운용을 기반으로 현대적 감성을 더해 작곡하였으며, 최근에는 풍류대장 프로그램에서 정승준의 노래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이 곡은 정가 창작곡으로서 국악 성악의 예술성과 현대성과의 접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 https://youtu.be/MX-X3gedynM?si=Fn6zZ9ZlIX2gr7IC
5. 이날치 – 〈범 내려온다〉 (2020)
〈범 내려온다〉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의 대표곡으로,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가 육지의 위험을 묘사하며 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날치는 이 대목의 사설과 전통 창법을 유지하면서, 일렉트로닉 베이스, 드럼 루프, 훅 구조 등 현대 대중음악의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신소리극’을 구현하였다.
특히 이 곡은 2020년 한국관광공사의 글로벌 홍보 캠페인 ‘Feel the Rhythm of Korea’에 삽입되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서울, 부산, 전주를 배경으로 한 영상은 국악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list=RDSmTRaSg2fTQ&start_radio=1
성악 중심 퓨전 국악은 단순한 장르 결합을 넘어,
전통 창법의 언어적 깊이와 감정의 밀도를
오늘의 음악 문법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예술이다.
창자는 단순한 보컬이 아니라,
전통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예술적 주체로 존재한다.
이 다섯 곡은 국악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도 ‘살아 있는 소리’로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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