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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평조회상(유초신지곡) - 여백의 미학 세 번째

by focus-y 2025. 7. 27.

〈정악 감상 입문〉

평조회상(유초신지곡)

 

평조회상(유초신지곡)은 현악영산회상(중광지곡)의 선율을 평조(平調)로 이조(移調)하여 연주하는 정악 합주곡이다. 조선 후기 이후, 정악의 형식을 한층 확장하며 감상의 폭을 넓힌 대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평조회상은 관·현 혼합 편성으로 이루어지며, 기존의 담백한 선율에 더해 장중한 음향 공간감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느림과 반복 속에서 더욱 극적인 음색의 깊이와 선율의 입체감을 체험할 수 있다.


🎼 조성과 편성의 변화

  • 이조 방식: 황종 중심의 우조 계열에서 임종 중심의 평조 계열로 이조됨
  • 음역의 변화: 기존보다 낮은 음역이 강조되며, 악기의 울림이 더욱 깊어짐
  • 편성 악기: 대금, 피리, 해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장구 등. 
  • 구성 곡: 관악영산회상과 동일한 8곡 (※ 하현도드리는 포함되지 않음)

 

🎵 곡 구성 및 감상 포인트

순서 제목 장단 설명
1 상령산 20박 매우 느리고 긴 호흡의 선율로 장중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2 중령산 20박 상령산보다 다소 빠르며, 절제된 정서를 유지한다.
3 세령산 10박 경쾌하고 정제된 선율로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다.
4 가락덜이 10박 짧고 간결한 음형으로 선율의 명료함을 강조한다.
5 상현도드리 6박 선율이 활기를 띠며 유려하게 흐른다.
6 염불도드리 6박 염불 장단을 바탕으로 간결하고 상징적인 흐름을 지닌다.
7 타령 12박 활달하고 명랑한 장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8 군악 12박 군례·행진을 연상시키는 당당한 리듬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 감상 포인트 정리

  • 음색의 대비: 아쟁과 해금의 저음 울림, 피리와 대금의 맑은 음색이 대조를 이루며 음향 공간을 입체적으로 채운다.
  • 이조에 따른 정서 변화: 동일한 선율이라도 조성과 음역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색감과 정서를 체험할 수 있다.
  • 악기 간 호흡과 조화: 중심 악기가 선율을 주도하기보다는, 악기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감상의 핵심이 된다.

 

🎵 마무리 – 여백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깊이

평조회상은 단순한 조성 전환 이상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영산회상의 선율을 유지하면서도 조성과 편성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정서를 담아내는 이 작품은, 전통음악이 지닌 유연성과 확장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백 속에 울리는 절제된 떨림, 반복 속에서 피어나는 세밀한 차이. 평조회상은 정악이 얼마나 섬세한 감각의 음악인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정적인 구조 안에 동적인 호흡을 간직한 이 음악은, 정악의 깊이에 다가가는 세 번째 여정이 된다.

 

 

📚 영산회상 정리

제목 아명 악기 편성
현악영산회상 중광지곡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세피리, 단소, 장구
관악영산회상 표정만방지곡 향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좌고, 장구
평조회상 유초신지곡 향피리, 대금, 해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