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열의 소리
다섯 개의 노래, 하나의 진심
고영열은 소리꾼이다. 판소리를 전공했지만, 그 무대는 국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통의 틀 안에서 시작했지만, 그의 노래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소리의 깊이, 절제된 감정, 밀도 높은 호흡은 고영열이라는 이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의 노래에는 격한 몸짓이 없다. 대신, 담백하고 단단한 말맛과 공기의 떨림이 있다. 마음이 머무는 지점마다, 그의 소리는 천천히 도착한다. 아래의 다섯 곡은 그런 고영열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무대들이다.
1. Ti pathos
‘비애’를 뜻하는 제목처럼, 이 노래는 내면에서 길어 올린 슬픔을 조용히 풀어낸다. 격정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지만, 듣는 이의 숨을 붙잡을 만큼 절절하다. 고영열은 이 곡에서 낮게 깔리는 저음과 터지는 고음을 모두 쥐락펴락하며, 소리꾼의 절제를 아름다움으로 바꾼다. 전통의 호흡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무대다.
🎧 https://www.youtube.com/watch?v=H4R0nxnhZeA
2. 이별이래
송소희와 함께 부른 이 노래는 이별의 감정을 조용히 꺼내어 놓는다. 서로 다른 음색이 부딪히지 않고 스며들며, 이별의 장면을 차분히 그려낸다. 고영열은 군더더기 없이 노래를 끌고 나가면서도,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숨결이 맞닿는 순간, 소리는 음악 너머의 진실이 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Ekt1F8SDoD8
3. 한네의 이별
고영열의 본령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무대다. 극적인 흐름과 단단한 사설 운용, 그리고 목소리 안에 켜켜이 쌓인 서사가 인상적이다. 단순한 곡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이고, 짧은 창극이다.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 깊고 아프고, 오래 남는다.
🎧 https://www.youtube.com/watch?v=62Ng3H55pgk
4. 진정 난 몰랐네
많은 사람이 익히 아는 노래지만, 고영열의 목소리로 들으면 낯설고 새롭다. 발성은 분명 전통의 창법을 바탕으로 하지만, 감정의 운용은 한없이 담백하고 현대적이다. 노래는 조용히 올라가고, 슬픔은 밀려들 듯 스며든다. 원곡과는 다른 결로, 익숙한 노래를 다시 듣게 만든다.
🎧 https://www.youtube.com/watch?v=PTBD9Fi3--k
5.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삶을 오래 걸어온 사람의 목소리처럼, 이 노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하다. 과하지 않은 톤, 힘을 뺀 호흡, 말하듯이 이어지는 선율. 고영열은 노래를 부르기보다 ‘살아낸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그 정서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말보다 진한 위로가 되는 소리다.
🎧 https://www.youtube.com/watch?v=7KNK29Ymlw8
고영열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서사의 흐름과 감정의 맥을 중시하는 창자다. 판소리에서 배운 발성과 호흡을 바탕으로, 무대 위에서는 절제된 표현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의 소리는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감정의 조율이며, 이는 노래를 듣는 이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다섯 곡은 고영열이 소리꾼으로서, 또 대중음악의 무대 위 해석자로서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빚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머무르지 않으며, 현대적인 감각을 품되 결코 가볍지 않다. 고영열의 음악은, 오늘의 소리로 다시 쓰는 국악의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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