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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6 : 남사당놀이의 역사와 구성

by focus-y 2025. 8. 23.

줄타기 사진

1. 남사당놀이란 무엇인가

남사당놀이는 조선 후기에 등장한 전문 유랑 예인 집단 남사당패가 전승한 종합 민속예능이다. 서민을 위한 오락 공연의 대표적 사례로, 풍물·곡예·탈놀이·인형극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전통 연희다.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공연은 민중에게 흥(興)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억눌린 현실 속에서 공동체적 연대와 위로의 역할을 담당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 민속예술의 정수로 평가된다.


2. 유래와 남사당패

남사당패는 보통 30~50명 규모의 남성 예인 집단으로, 경기와 충청을 중심으로 전국을 떠돌았다.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제당(祭堂)에서 풍물을 울리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이어서 본격적인 놀이마당을 열었다.

공연은 6가지 주요 놀이로 구성되었으며, 각각 전문 연희자, 광대, 악사들이 협업해 극적 재미와 예술성을 높였다.


3. 남사당놀이의 6가지 놀이 구성

남사당 놀이는 원칙적으로 풍물놀이 → 버나 → 살판 → 어름 → 덧뵈기 → 덜미라는 정해진 순서(6거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공연의 기본 틀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간, 마을 여건, 관객 반응에 따라 일부만 발췌하거나 순서를 조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남사당놀이는 전형성과 융통성을 동시에 지닌 연희 구조라 할 수 있다.


4. 각 놀이의 특징

풍물놀이
남사당패 공연의 시작을 여는 장으로, 중부 지방의 웃다리가락을 바탕으로 한다. 꽹과리, 징, 장구, 북, 태평소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동작 중심의 판굿으로 발전하였다. 마을 굿과 달리 공연성이 강하고, 보통 24명 이상의 대규모 편성으로 진행되어 웅장한 신명을 자아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j5kQCmtwVO8&t=3s

출처 : 얼씨구TV

 

 

버나
앵두나무 막대 위에 대접을 올려 돌리는 묘기가 기본이지만, 실제로는 쟁반·사발·뚝배기·모자·비단수건 등 다양한 기물을 활용한다. 버나잡이와 어릿광대(매호씨)가 주고받는 노래·유머·풍자가 함께 어우러지며, 단순한 곡예가 아닌 연극적 흥과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놀이이다.

 

살판
“죽으면 죽을 판, 살면 살판”에서 유래한 땅재주로, 덤블링·물구나무·뒤집기 등 고난도의 체술이 중심이다. 단순한 곡예를 넘어, 매호씨의 재담과 익살이 결합된 연극적 곡예 공연으로, 오늘날 체조나 서커스를 연상케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DeQtRN1I5w&t=1s

출처 : 얼씨구TV

 

 

어름
줄 위에서 진행되는 줄타기 공연으로, 줄꾼(어름쇠)이 춤·노래·기술을 선보인다.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반을 풍자하거나 관객을 놀리며 익살과 해학을 전한다. 남사당 어름의 핵심은 서민적 자유로움과 활발한 관객 교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aAm0JJ0mxw&t=48s

출처 : KBS전주

 

 

덧뵈기
4개의 마당으로 구성된 탈놀이극으로, 부패한 양반·탐욕스러운 중·음탕한 선비 등 당대 권력층을 풍자한다. 춤보다는 마임·대사·즉흥적 연기에 비중을 두며, 사회 비판성과 풍자성이 강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QfWj4BK0QQ

출처 : Nahee Kim (코아트&문화랑)

 

 

덜미
‘목덜미를 잡는다’에서 이름이 유래된 꼭두각시 인형극이다. ‘박첨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와 사회적 풍자가 전개된다. 인형을 조종하는 대잡이와 대사를 받아주는 산받이의 호흡이 중요하며, 남사당놀이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0IfdD7nmJY

출처 : 광대생각

 

 


5. 공연 공간과 구조

남사당놀이는 무대극이 아닌 야외 원형 마당에서 열렸다. 관객은 사방에서 둘러싸고, 연희자는 마당 한가운데서 공연한다. 출입로 외에는 경계가 없어, 관객과 연희자가 끊임없이 교류하는 열린 공연이었다.

6거리가 순서대로 이어지며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이루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만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유연성이야말로 남사당놀이가 민중과 호흡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6. 문화적 의의

남사당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민중 해방의 예술이었다. 덧뵈기와 덜미의 풍자는 사회의 모순을 비틀며, 서민들에게 웃음과 해방감을 선사했다. 또한 풍물·곡예·연극·인형극을 종합한 연희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한국 전통 예술의 독창성과 집약성을 보여준다.

유네스코가 남사당놀이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이유도 바로 이 민중성·종합성·예술성 때문이다.


마무리 – 흥과 풍자의 유산

남사당놀이는 한국 민속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오랜 세월 동안 억눌린 민중의 삶에 웃음과 풍자, 연대와 위로를 전했던 이 유랑 예술은, 오늘날에도 그 울림을 전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유산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민중의 흥과 풍자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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