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이란?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의 해녀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매년 음력 2월에 거행하는 해양 신앙 의례이다. 이 굿은 바다의 신인 **영등할망(또는 영등신)**을 맞이하여 마을과 바다의 평안을 기원하고, 해녀의 안전과 풍어를 빌기 위해 봉행된다.
1971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 의례는 제주 여성들의 해양 생업 기반 신앙과 집단적 예술 행위가 결합된 독특한 전통 문화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2. 제주 해녀 신앙과 영등할망
제주는 육지보다 바다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온 지역이다. 특히 여성들이 주도하는 해녀 문화는 해양 생태에 대한 경험과 공동체적 연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해녀들은 작업의 위험성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 신앙을 통해 정신적 안정과 안위를 구하였고, 그 핵심에 ‘영등할망’ 신앙이 자리한다. 매년 영등할망이 바람을 타고 제주에 머문다는 믿음 아래, 이 기간 동안 굿을 통해 신을 맞이하고 잘 보내는 의례를 치른다.
3. 칠머리당과 14일간의 영등굿
‘칠머리당’은 제주 제주시 건입동 해안에 있는 마을 수호 신당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 ‘칠머리’는 예전에 일곱 갈래로 뻗은 포구 지형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곳에서 영등굿이 봉행된다.
영등굿은 총 14일간 진행되며, ‘영등송별’이 있는 마지막 이틀간의 의례가 핵심이다. 이 기간에는 굿당에 제단이 차려지고, 해녀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굿이 열린다. 무당과 악사뿐 아니라, 해녀들이 의례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 굿과 구별된다.
4. 영등굿의 주요 절차와 의미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 굿당 조성: 당 앞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제단을 마련하며, 바다를 향한 공간 구조가 특징적이다.
- 초감제: 영등신을 맞이하며 당을 정화하고 굿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
- 본굿(본향맞이): 마을 수호신과 영등할망에게 풍요와 안녕을 비는 주요 제의.
- 영등송별: 영등신이 돌아가는 날을 기념하며, 신을 잘 모셨음을 알리고 다시 오시기를 기원하는 의례.
특히 영등송별굿은 집단 기억과 공동체적 참여가 극대화된 절정의 의례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Hb86-IT8Lc
5. 연물과 의례 음악의 특징
‘연물’은 굿에서 무당과 악사들이 사용하는 의식 도구 및 악기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제주 굿에서는 ‘안연물’과 ‘밧연물’로 구분된다.
- 안연물: 제의를 주관하는 무당이 사용하는 도구로, 법고, 자바라, 징, 방울, 노리개북 등이 포함된다.
- 밧연물: 악사나 연희자가 사용하는 도구로, 북, 장구, 꽹과리, 징, 소라, 나발 등의 타악기가 중심이다.
이러한 연물은 단순한 반주 도구를 넘어 신을 모시고, 영적 기운을 환기하며, 의례의 흐름을 이끄는 수행적 기능을 지닌다.
※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에서는 육지 굿에서 흔히 사용되는 피리, 해금, 대금 등의 선율악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타악기 중심의 구성은 제주의 굿이 갖는 지역성과 해양성의 반영이다.
6. 무속 서사와 음악의 흐름
영등굿의 음악은 일정한 장단을 갖추지 않으며, 음향의 흐름과 제의의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구성된다. 특히 무당의 구송(口誦), 장단의 변화, 북의 울림, 징의 울림 등이 혼합되며, 공간 전체를 신령한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진다.
굿의 노래는 굿 서사(무가)를 바탕으로 신의 기원, 내림, 축원, 송별 등을 전개하며, 이는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무당의 신내림 상태에서 발화되는 즉흥적·주술적 이야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q5JH3EvXfE
7. 오늘날 전승 현황과 과제
오늘날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문화재로서의 보호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신앙 실천으로도 계속되고 있다. 제주시에서는 매년 공식적인 재현행사를 통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 해녀 수 감소, 굿에 대한 대중의 거리감 등으로 인해 전승 환경은 위협받고 있다. ‘굿’이 가진 종교적, 공동체적, 예술적 가치를 균형 있게 조명하고, 해녀 공동체의 목소리를 반영한 전승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8. 제주 여성의 신앙과 공동체 예술의 정수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단순한 제례나 무속 행위를 넘어서, 여성 주체의 해양 신앙과 공동체 예술이 결합된 살아 있는 유산이다. 해녀들의 삶과 정신, 바다에 대한 경외, 공동체의 연대가 굿 속에 모두 녹아 있다.
굿이 펼쳐지는 그 순간, 우리는 제주 바다 앞에서 신과 사람, 자연과 공동체가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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