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Wicked〉 넘버 총정리
진실과 우정, 마녀의 노래
뮤지컬 〈Wicked〉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전사(前史)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초록 피부를 가진 ‘서쪽의 나쁜 마녀’ 엘파바와 ‘인기 많은 착한 마녀’ 글린다의 우정, 갈등, 선택을 그린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자기 정체성·사회적 낙인·권력의 조작에 질문을 던지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감정과 서사를 이끄는 넘버들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1. No One Mourns the Wicked
“나쁜 마녀를 애도하는 자는 없다.” 엘파바의 죽음을 축하하는 오즈 주민들의 합창으로 막이 오른다. 화려한 퍼레이드 속에서 ‘악’이라는 낙인이 얼마나 쉽게 소비되고 정당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넘버다. 이 곡은 전체 이야기의 프롤로그이자 플래시백 장치로 기능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gwOx31qsK4
2. The Wizard and I
어린 시절부터 외면받아온 엘파바가 위저드를 만나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노래한다. “그는 나를 알아볼 거야”라는 가사는 자신이 유의미한 존재가 되리라는 믿음을 담고 있지만, 이는 결국 배신과 환멸로 이어지는 비극의 복선이 된다. 초록 피부 너머 숨은 자아를 드러내는 첫 솔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M3rucUUJYs
3. What Is This Feeling?
엘파바와 글린다가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뒤, 서로에 대한 혐오감을 ‘극도로 정중하게’ 주고받으며 부르는 코믹 듀엣. “Loathing!”을 반복하는 유쾌한 가사 속에는 상반된 인물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첫 감정의 충돌이 담겨 있으며, 훗날 우정의 기초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HxMGPSHtVA
4. Popular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인기 있는 마녀’가 되는 법을 가르치겠다며 부르는 넘버. 귀엽고 경쾌한 멜로디와 풍자적 가사 속에서, 글린다는 외적 기준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 이후 진짜 변화하는 사람은 엘파바가 아니라 글린다라는 역전의 의미도 암시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OlpIJlwXr8&list=RDoOlpIJlwXr8&start_radio=1
5. Defying Gravity
1막 피날레. 엘파바는 위저드가 억압적 권력임을 깨닫고, “나는 더 이상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아”라며 체제와 결별한다. 그녀는 공중으로 떠오르며 “이제 나는 중력마저 거스르겠어(Defying Gravity)”라고 외친다. 자기결정권과 해방의 상징인 이 장면은 브로드웨이 최고의 전율을 자아내는 순간으로 꼽힌다.
https://www.youtube.com/watch?v=lPFujb-gX9E
6. Thank Goodness
2막 초반, 글린다는 위저드의 홍보 수단으로 남게 된 현실을 받아들이며 ‘감사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갖지 못한 것에도 감사해야지”라는 가사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존재의 고뇌를 드러낸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무너진 그녀의 내면을 그리는 장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3TapExvcig
7. As Long As You’re Mine
엘파바와 피에로가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한 듀엣. “우리가 함께하는 이 밤만큼은 진짜야”라는 가사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키고 싶은 이들의 선택을 보여준다. 이 장면 이후 피에로는 글린다를 떠나 엘파바와 함께 도주한다. 감정의 고조와 멜로디가 섬세하게 어우러진 넘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SZpuiQzo
8. No Good Deed
엘파바는 피에로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분노 속에서 “선한 행동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No good deed goes unpunished)”며 절규한다. 이 곡은 그녀가 더 이상 ‘착한 존재’로 인정받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나쁜 마녀’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선언이다. 엘파바의 내적 전환점이자 감정의 폭발을 담은 파워풀한 넘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ub-IZ6Ii_Q
9. For Good
엘파바와 글린다가 마지막으로 나누는 이별의 노래. “너를 알게 되어서, 나는 변했어”라는 가사는, 진정한 우정이 인생을 바꾸는 방식을 담담히 고백한다. 이 곡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는 메시지로 작품을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가짜 죽음을 꾸민다.
https://www.youtube.com/watch?v=6qsHRhDqCGY
〈Wicked〉의 넘버들은 엘파바와 글린다라는 상반된 두 인물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결별하는지를 음악으로 조각해낸다. 각 넘버는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서사와 감정의 전개를 이끄는 구조적 장치이며, ‘나쁜 마녀’라는 낙인의 이면을 탐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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